강원도 홍천 고산지대의 명이나물로 만든 장아찌
강원도 홍천 고산지대의 명이나물로 만든 장아찌
  • 강원도 홍천 고산지대의 명이나물로 만든 장아찌
  • 봄이 왔음을 가장 빠르게, 그리고 멋지게 알리는 식탁 위의 수단은 봄나물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물들이 제 역할을 끝내고 내년을 기약할 때쯤 찾아오는 나물도 있다. 긴 겨울을 견디며 천천히 생명력을 틔운 산나물들이다. 강원도 홍천 해발 800m 고산지대에서 추운 겨울을 난 산나물들은 깊은 향과 맛으로 그 매력을 뽐낸다. 장선재 컨비니언은 이러한 산나물의 매력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최대한 가공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산나물을 소개한다. 그 가운데 명이나물로 더 많이 알려진 산마늘은 특유의 알싸한 향과 맛으로 특히 사랑받고 있다. 짧은 보관기간의 아쉬움을 더욱 오래 붙잡아둘 명이나물 장아찌로 그 알싸함을 사계절 내내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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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산자 산마을청년 장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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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느리게 만나는
홍천 깊은 산 속 산나물


봄을 실감하는 순간이 몇 있다. 코끝에 스치는 바람의 기온이 달라짐을 느낄 때, 어느 순간 코트나 패딩 외투가 무거워질 때, 그리고 식탁 위에 올리고 싶은 향긋한 봄나물이 눈에 띌 때다. 빠르게는 2월부터, 늦어도 3월이면 봄나물들은 저마다의 향으로 어김없이 봄을 알린다. 이때 봄나물로 근사한 식사를 차릴 시기를 놓친 이들은 4월이면 이미 봄이 다 간 것처럼 여겨져 왠지 아쉽다.


하지만 다른 봄나물들이 내년을 기약하며 하나둘 사라질 때 슬그머니 인사를 건네는 나물도 있다. 산나물이다. 높은 산 속에서 척박한 겨울의 기운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산나물들은 오래도록 기다린 생명을 틔운다. 유독 긴 겨울을 이겨내느라 산나물의 인사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늦은 만큼, 오래오래 품은 향과 맛은 더욱 깊고 진하다. 강원도 홍천 해발 8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산나물을 재배하는 장선재 컨비니언이 산나물의 매력을 설파하는 이유다.


“다른 나물들이 다 재배되고 판매까지 된 후쯤이면 저희 산나물의 재배 시기가 찾아와요. 홍천의 봄은 다른 곳보다 늦게 찾아오거든요. 남들이 봄을 만끽하고 나면 그제야 벚꽃이 피죠. 10월이면 서리가 내릴 정도로 겨울도 매우 길어요. 거의 반 년이 겨울이라 할 수 있는 이 척박한 땅에서 생존하는 산나물들은 느리게 크는 대신에 자생력도 매우 강하고, 저장성도 뛰어나요. 자연스레 향이나 맛도 깊죠.”


7년을 기다려야 만나는
산의 선물, 명이나물

강원도 홍천의 내면산. 이곳에서 장선재 컨비니언은 다양한 산나물을 재배한다. 말 그대로 ‘자생’하는 산나물들만 150여 가지인 이곳에서, 수요가 많고 상품성 높은 나물 중심으로 직접 기르고 있다.






그가 가장 먼저 재배를 시작한 나물은 산마늘이다. 많이 접해본 것에 비해 이름이 낯설 수도 있다. ‘명이나물’로 더 많이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울릉도에 이주한 백성들이 겨울에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을 위기를 겪을 때 눈속에서 올라온 산마늘 싹을 발견하고 긴 겨울을 무사히 넘겨, 목숨을 구한 식물이라는 의미로 ‘명이나물’이라 불리게 됐다.




명이나물은 최소 4년 이상, 대개 7년여를 기다려야 수확할 수 있는 나물로, 알싸한 마늘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명이의 잎과 줄기만 있는 잎명이, 대 하나에 명이 잎 2~3장이 붙어 있으며 꽃대가 달려 있는 대명이로 나뉜다. 꽃대와 대는 명이나물 특유의 마늘향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으며 식감도 아삭하다.




생채로 쌈을 싸 먹거나 무침, 초절임, 튀김, 볶음 등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것이 명이나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명이나물 장아찌인데,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보니 그 맛을 오래도록 지키기 위해 장아찌로 만드는 조리법이 널리 퍼졌다. 장선재 컨비니언은 명이나물의 맛과 향을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서는 생나물 그대로 먹는 것을 추천하지만, 장아찌가 더욱 익숙한 사람들이 명이나물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아찌도 제조하고 있다. 최소한의 레시피로 완성해 고유의 맛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종류별로 다양한 산나물 재배 노하우에 대해 장선재 컨비니언은 “약을 안 친다”고 짧게 답한다. 오랜 세월을 스스로 산 속에서 자생해 온 산나물에게 농약과 같은 인공의 힘을 더하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그다. 본인은 그저 예쁘게 커 가는 것을 바라보다 제때 채취하기만 하면 된단다. 건강한 산의 힘을 믿기에 가능하다.
밴드 출신 귀농 농부가
산나물 달인 되기까지


벌써 13년째 농부로 살고 있지만, 그 이전의 장선재 컨비니언은 그야말로 화려한 ‘도시인’이었다. 서울에서 음악을 만들고 기타를 연주하는 밴드 뮤지션이었던 그는 여행으로 종종 왔던 산에 강하게 이끌렸고, 자연을 벗 삼아 살겠노라며 귀농을 결심했다. 농사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었던 그였지만, 채취하는 재미가 있었던 산나물에 특히 매력을 느꼈다.
“원래부터 산에서 나는 풀에 대해 관심은 있었어요. 그런데 가까이 살면서 접해보니 산나물들이 정말 맛있고 먹는 재미도 좋더라고요. 거기다 귀농을 하면서 좀 더 공부를 해 보니 여러 산나물들이 어떤 종류와 특징이 있는지도 알게 되고, 간혹 소비자 분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는데 제대로 알려드리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열심히 산나물에 대해 파게 됐어요. 그러면서 여러 농가들이 함께 재배하는 영농조합까지 만들었죠.”


장선재 컨비니언은 궁극적으로 산나물과 ‘공존’하는 삶을 바란다. 채취해 판매하는 입장이지만, 산나물들이 지속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산나물의 매력을 좀 더 많이 알아가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외래 종 채소들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자연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이 소비자들에게 잊혀지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많아요. 깨끗하게, 건강하게 자라는 나물들이니 소비자 분들께서 많이 사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산나물은 ‘설렘’이에요. 수확철이 되면 바쁘지만, 수확이 끝날 때가 되면 많이 아쉬워요. 추울 때는 푸릇푸릇한 것이 그립잖아요? 그런데 봄이 되면서 싹이 하나씩 톡 튀어나온 게 보이면 그렇게 설레고 예쁠 수가 없어요. 여려 보여도 강인하게 봄을 몰고 오는 애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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